한국 인터넷 뱅킹의 고질적 문제점
그것은 바로 폼에 무언가 조건에 맞지 않는 것을 입력 했을 때 한참 후에나 알려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계좌번호를 입력할 때 하이픈 없이 숫자만 입력을 해야 한다거나, 통장 잔고가 부족하다거나 하는 등 사전에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얘기해주지 않고 있다가 계좌 이체 절차의 마지막 단계에서 문제점을 알려주는 식이다.
그건 마치 이런 말을 듣는 느낌이다. “님, 이것저것 열심히 입력하느라 수고 많았지만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맨 처음에 입력했던게 잘못 돼서 더이상 진행이 안 됨. 처음부터 다시 하던가, 아니면 go fuck yourself.”
오늘도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한참동안 신나게 카드 신청 폼을 작성하고 제출하려고 했더니 하루에 하나만 신청할 수 있단다. 아니 그럼 그걸 처음부터 얘기해줘야 할거 아니야! 만약 은행 창구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고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생각해보면 이게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점은 사실 이것 말고도 굉장히 많다. 어줍잖은 ActiveX 컨트롤을 설치한다고 멋대로 웹브라우저를 종료해버리거나, 시스템 보안 설정을 낮추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입력 폼에서 백 스페이스 키를 누르다가 페이지가 뒤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뒤로 갔을 뿐인데 심지어 로그아웃이 되어있다(!)
그리고 이건 신한금융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 대우 등등 다들 비슷한 수준이다. 똥인지 설사인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개발 단가를 얼마나 후려 쳤는지, 아니면 일정을 얼마나 빡빡하게 잡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용자의 편의성보다는 개발을 최대한 쉽게 할 수 있는데 주안점을 둔 것은 분명해보인다. 각 단계마다 또는 사용자의 입력이 있을때마다 입력값을 검증(validation)하는것 보다는 한꺼번에 하는 편이 만들기는 더 쉬울테니까.
우리는 언제쯤 정상적인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