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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 생활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7년 이상이 지났다. 내가 보는 미국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이다. 거대한 땅덩어리 만큼 다양한 기후와 자연 환경이 존재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다양한 음식과 문화, 언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과 다르게 삶의 기준이나 가치가 천편일률적으로 일렬화, 서열화 되어있지도 않다. 1등 하는 학생은 의대, 2등은 약대, 3등은 다른 과로 가는 시스템이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내가 조금만 알아보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아마도) 없다. 그 콧대 높은 미국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가끔씩 터져나오는 총기 사고 소식이나, 손가락이 두 개 잘렸는데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한 손가락만 선택했어야 하는 어떤 노동자의 이야기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있다. 이민법 체계도 엉망이라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합법적으로 비자를 취득해서 입국하는 사람들보다 불법 체류자들의 영주권, 시민권 취득이 더 빠른 경우도 있다[citation needed]. 미국 대학에서 유학을 마친 훌륭한 외국인 인재들이 미국에서 창업을 하고자 해도 적당한 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아서 인재들도, 미래의 일자리도 외국에 그대로 돌려보내는 바보같은 일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샜는데, 미국 생활을 하면서 편하고 좋은 점도 많지만, 불편한 점을 얘기해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어떤 이는 거지같은 의료 체계를, 다른 이는 느릿느릿 한 사람들의 일처리를 말하겠지만, 나는 가장 먼저 도량형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1. 도량형

미국에서 쓰는 각종 측정 단위들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비 과학적이고[citation needed] 일관성이 없으며, 여러가지 불편을 야기한다.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다.

길이의 단위

내가 알고 있는 길이의 단위만 무려 네 가지가 된다1. 마일(mile), 야드(yard), 풋(foot), 그리고 인치(inch).

  • 1 mi = 1.61 km
  • 1 yd = 0.914 m
  • 1 ft = 30.5 cm
  • 1 in = 2.54 cm

그리고 각 단위들간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 1 mi = 5,280 ft = 1,760 yd
  • 1 yd = 3 ft
  • 1 ft = 12 in

이렇게 단위도 많고 변환 비율도 제각각이어서 “2.5 제곱 마일(mi2)이 몇 제곱 인치(in2)이지?” 라고 물어보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내 주변에는 없다. 반면에 2.5 제곱 킬로미터(km2)를 제곱 미터(m2)로 바꾸는건 쉽다. 소수점 뒤로 0을 여섯개만 붙이면 된다. 2.5(10002). 사실 킬로미터(km)라는 단위는 미터(m)와 별개의 단위가 아니라 자리수를 줄여서 간편하게 표시하기 위한 축약형 단위로써 사실상 같은 단위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서 괜찮지만, 미국에서 처음 운전을 배울 때 어색하고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1000 ft 앞에 공사중”이라고 써 있는 푯말이나, “0.3 마일 앞에서 우회전 하세요”와 같은 내비게이션의 안내도 길이의 단위를 미터로 환산해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멀리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신장 60인치 미만의 이용객은 이 놀이기구에 탑승할 수 없습니다”와 같은 안내문을 보면 60인치가 어느정도 되는 키인지 바로 감이 오는가? 나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나온 사람이라면 인치라는 단위가 그렇게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거라고 생각된다.

넓이의 단위

  • 1 acre = 4047 m2
  • 1 sqft (square foot) = 929 cm2

내가 땅을 거래해본 적이 없어서 에이커(acre) 단위로 생각해볼 일이 없었지만, 평방피트(sqft) 단위는 집의 넓이를 나타내는데 많이 쓰인다. 이사 하려고 집을 알아보는데 방 네 개, 화장실 세 개, 1,800 sqft 라고 써 있어서 이게 얼마나 넓은 집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무게의 단위

  • 1 ton = 907 kg 2
  • 1 lb = 454 g
  • 1 oz = 28.4 g

각 단위들간 변환 비율은 다음과 같다.

  • 1 ton = 2000 lb
  • 1 lb = 16 oz

내 몸무게는 몇 파운드? 소고기 등심 1 파운드에 $8.99. USPS First Class Mail 의 최대 무게는 13 온스. 미국에 처음 왔을 때에는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 일일히 변환 해봐야 했었다.

부피의 단위

  • 1 barrel = 199 L
  • 1 gal = 3.79 L
  • 1 pint = 473 ml
  • 1 oz = 29.6 ml

사실 배럴(barrel)같은 단위는 일상 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단위이긴 하다. 국제 유가에 대한 기사문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위이긴 하지만. 이것 말고 수도 요금 고지서에서 사용하는 단위가 있었는데, 지금 기억이 안 나는 관계로 일단 넘어가겠다.

예리한 독자들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온스(ounce)라는 단위는 무게의 단위가 되기도 하고 부피의 단위가 되기도 한다. 사기 쳐먹기 딱 좋지 아니한가?

온도의 단위

미국에서 온도는 화씨(Fahrenheit, F°)를 사용한다. 나는 이것도 굉장히 불편하다. “오늘 낮 최고 기온은 114도 입니다”, “오븐의 온도를 400도로 맞춰주세요” 라고 하면 얼마나 더운지, 얼마나 뜨거운건지 감이 오는가? 섭씨는 1기압에서 물의 녹는점을 0도, 끓는점을 100도로 기준을 놓고 만든 체계인데, 화씨는 무엇을 기준으로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섭씨-화씨 변환 공식

암산이 쉬운 형태는 아니다.

화씨-섭씨 변환 공식

당연한 얘기지만, 섭씨-화씨 변환을 거꾸로 하면 된다.

쉽게 암산이 되는가? 화씨 -27도는 섭씨로 몇도? 난 잘 안 된다.

섭씨, 화씨 변환 표

C F
-40 -40
-30 -22
-20 -4
-10 14
0 32
10 50
20 68
30 86
40 104
100 212
200 392

변환 공식보다 변환 표를 외우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마무리

처음에는 굉장히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다년간의 경험이 축적되니 이제 자주 쓰는 범위 내에서는 대략적인 직관성이 생겼다. 오렌지 3 파운드가 어느정도인지, 22 온스 맥주 컵이 얼마나 큰지, 화씨 100도가 어느 정도의 날씨인지 다른 단위로 변환해보지 않고도 대략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사람들이 쓰는 단위에 대한 나의 불편함이나 회의감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알루미늄은 화씨 1,221도에서 녹기 시작한다”라고 누군가 말하면 나는 그걸 또 섭씨로 바꿔봐야 할 테니까. 하고싶은 얘기가 아직 잔뜩 있지만, 1편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편에서는 의료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나저나 시간의 단위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시간(American hours)이라는 단위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보너스

다음 질문에 답하시오.

  1.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96 이라고 할 때, 온스당 가격은 얼마일까?
  2. 25 mpg (miles per gallon) 를 km/L 로 변환해보자.
  3. 75 mph (miles per hour) 를 m/s 로 변환해보자.
  4. 1,600 sqft 은 몇 평? (참고로 1 평은 약 3.31 m2)
  1. 더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2. 여기서 언급된 톤(ton)이라는 단위는 미국에서 쓰이는 단위를 나타낸 것이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서 쓰이는 메트릭 톤(metric ton)은 1,000 kg 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