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굉장히 가정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이다.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연휴에는 가족들끼리 모여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게 일반적이다. 나는 미국에 가족이 없어서 항상 현지인 친구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끼어서 같이 연휴를 보내곤 했는데, 2010년 크리스마스에 처음으로 일탈(?)을 하게 됐다. 처음으로 현지인 친구들이 아닌 다른 친구와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었는데, 난 그때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가 가족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까지 잔인한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아예 문을 열지 않는 식당이 대부분이고, 식료품점까지도 오후 세시에 모두 문을 닫아서 IHOP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11년 11월 넷째 주. 작년 크리스마스에 이어서 또 다른 일탈을 시도해보고자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동안 내 친구 성호와 같이 라스베가스에 놀러갔었다. 하루종일 놀고 먹는 천국 같은 나날이었다. 추수감사절이라 그런지 문을 닫은 상점이 꽤 많이 보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24시간동안 여러 호텔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부페 입장권을 구입해서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나가서 노는 것의 무한 반복이었다.

성호는 별베개상자라는 이름을 가진 신흥 종교 단체의 창시자인데, 항상 신선하고 흥미로운 토론 주제를 던져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친구이다.

하루종일 신나게 놀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성호가 흥미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나타낸다는 이야기였는데, 이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첫째로는 말 그대로 내가 먹는 것이 나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 내가 섭취한 탄수화물은 에너지로, 단백질은 근육이나 머리카락 세포 등을 생성하는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 소화 되어서1 우리 몸의 세포가 되기까지의 과정2을 살펴보면 언어로는 형용하기 힘든 경이로움이 느껴진다.3

둘째로는 내가 먹는 것이 나의 성향, 가치관, 정체성 따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육식을 피하고 채식으로 식단을 구성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채식주의자(vegetarian)라 부른다. 이것보다 조금 더 나아가 동물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모든 음식을 배제하는 사람들을 비건(vegan)이라 부른다. 이 사람들은 계란이나 치즈는 물론 꿀 조차 먹지 않는다. 이러한 식단 선택 정책에는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스며들어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구 환경 보호를 이유로 채식주의자의 길을 선택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도축 과정을 반대하는 의미로 채식주의를 고집한다.

문화권에 따라서도 선택하는 음식이 달라진다. 미국은 육류 소비가 많은 나라로 잘 알려져있는데, 실제로 미국의 소고기 소비량은 세계 최대로 2위인 브라질과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주며, 한국의 16배에 육박한다.4 양국간의 인구 차이를 고려해도 2.5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5 한국 사람들이 두 접시의 소고기를 먹을 동안 미국 사람들은 다섯 접시를 먹는다는 얘기다. 그와는 반대로 육류 소비가 적은 문화권도 있다. 미국내 채식주의자 인구가 3.2%에 그치는 반면,6 인도 인구의 20-42% 정도가 유제품을 허용하는 채식주의자(lacto-vegetarian)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의 채식주의자 비율이 높은 것은 종교적인 이유인데, 인도 인구의 대부분이 힌두교 신자다.7 많은 힌두교 신자들이 힌두교의 교리인 비폭력주의, 불살생의 원칙에 따라 채식주의를 수용하고 있다.8

지역에 따른 음식의 특색도 다양하다. 특히 중국은 인구가 많고 국토가 넓어서 지역별로 음식 문화가 많이 다르다. 광둥어 문화권의 음식은 매운 맛을 내는 향신료를 많이 쓰지 않는 편인데, 이와는 반대로 사천 지역의 음식은 굉장히 맵다. 후난 지역의 음식도 매운 음식들이 많은데, 사천 지역의 음식만큼 맵지는 않다. 상하이 지역은 단 음식이 많다.9 미국 내에서도 멕시코 국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애리조나주의 투싼에는 멕시코 음식점이 도처에 널려있는데, 캘리포니아주 북쪽에 있는 항구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멕시코 음식점 보다는 투싼에서 보기 힘든 해산물 음식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소득 수준에 따라서 선택하는 음식도 달라진다. 식료품점에 가보면 굉장히 많은 선택권이 주어진다. 같은 우유라고 해도 브랜드에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유기농’이나 ‘방목해서 기른 소’와 같은 문구가 붙으면 가격이 몇단계 올라가기도 한다. 당장 $1, $2가 아까운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제품을 고르겠지만, 어느정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기호에 따라 제품을 고를 수 있다. 나처럼 집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 편이 더 경제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시간당 수입이 워낙 높아서 외식을 하는 편이 더 경제적인 사람들도 있다.

먹는것 뿐만 아니라 먹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무엇을 먹는지’가 나를 대변하기도 하지만, ‘무엇을 먹지 않는지’도 나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라는 뜻이다. 앞서 얘기했던 채식주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떤 이유를 가지고 육식을 배제하는 것이나, 종교적 의미의 금식 등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고열량, 고지방 음식을 피하고, 당뇨병 환자들은 당분을 포함하고 있는 음식을 조심하는 편이다. 또한, 특정 식재료에 대해 과민 반응(allergy)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이유로 식품 포장지에서 “이 제품은 밀과 대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는 “이 제품은 돼지고기, 새우를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경고문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정도면 내가 어떤 평소에 음식을 먹는지 조사해서 내가 어느 지역에 사는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연간 수입은 어느정도 되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해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이처럼 내가 먹는 것이 곧 나 자신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별 생각 없이 먹는 것을 선택했었다면 내가 먹고 있는 것이 어떤 것들인지 한번쯤은 둘러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1. Multiple authors. “Digestion.” Wikipedia. Wikimedia Foundation, 26 Feb. 2013. Web. 09 Mar. 2013. 

  2. Multiple authors. “Mitosis.” Wikipedia. Wikimedia Foundation, 03 July 2013. Web. 09 Mar. 2013. 

  3. 연료 탱크에 저장된 가솔린이 연료 필터를 통해 최종적으로 불순물이 걸러지고, 대기중 산소 농도와 가속 페달의 입력값, ECU 설정에 따라 연료 분사 장치에서의 연료 분사량이 결정되고, 4행정 엔진의 폭발 행정(cycle)에서 흡기, 배기 밸브가 모두 닫히고, 점화 플러그가 일으킨 연소 반응에 의해서 피스톤이 아래쪽으로 밀려나면서 엔진의 크랭크 축(crank shaft)을 회전시켜 엔진에 연결된 변속 장치(transmission)에서 여러개의 기어 중 하나를 통해 적절한 기어비로 변경된 후, 차동 기어(differential gear)를 통해 양쪽 바퀴에 적절히 토크를 분배해서 자동차가 움직이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4. Unknown author. “Beef and Veal Meat Production by Country in 1000 MT CWE.” - Country Rankings. IndexMundi, 2013. Web. 09 Mar. 2013. 

  5. 2012년 7월을 기준으로 미국의 인구는 313,914,040 (미국 통계청 자료), 2011년 한국의 인구는 49,779,000 (세계 은행 자료) 이다. 

  6. Unknown author. “Vegetarianism In America.” Vegetarian Times. Vegetarian Times, n.d. Web. 09 Mar. 2013. 

  7. Multiple authors. “Religion in India.” Wikipedia. Wikimedia Foundation, 03 Aug. 2013. Web. 09 Mar. 2013. 

  8. Multiple authors. “Hinduism.” Wikipedia. Wikimedia Foundation, 03 June 2013. Web. 09 Mar. 2013. 

  9. 같이 일하는 중국인 동료가 설명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