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수도권 지역의 살인적인 출퇴근 시간에 대한 기사였는데, 내가 한국에 와서 몇개월간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면서 선릉역 근처로 출퇴근 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잘 표현한 글이어서 눈길이 갔다. 그때는 편도 출퇴근 시간(door-to-door)이 1시간에서 1시간 15분 정도였다. 애리조나에 살면서 통근 시간으로 20분 이상 써본적이 없던 나로서는 지옥같은 경험이었다.

그러다가 판교에 있는 직장으로 옮기고 나름(?) 그 근처로 이사 오면서 출퇴근 시간은 기존의 40% 수준인 30분으로 줄었다. 30분이라고는 하지만, 집 현관문을 닫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회사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데 약 10분, 버스 타고 약 13-17분, 버스에서 내려서 회사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내 자리까지 가는데 3분 정도라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셔틀버스 시간 맞춰서 다니는 것도 편하지만은 않고 출퇴근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볼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이번달 초에 회사 근처에 있는 신축 오피스텔이 분양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정도 거리면 걸어다닐 수도 있다(!)

그래서 그쪽으로 이사를 가서 실질적인 이득을 보려면 출퇴근 시간을 어느정도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집값은 어느정도가 적절한지 객관적으로 비교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대략적인 시나리오는 이러하다.

현재 살고 있는 곳 (A)

  • 보증금 3000만원, 월세 50만원, 관리비 약 15-20만원
  • 출퇴근 시간 약 30분, 회사 셔틀버스 타면 따로 나가는 비용은 없음

신축 오피스텔 단지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넓이가 비슷한 집 (B)

  • 보증금 1000만원, 월세 80만원, 관리비는 비슷하다고 가정
  • 관리비가 비슷하게 나온다는 가정 하에 월세 차액 30만원 * 12 = 360만원

그럼 몇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보자.

  1. 도보: 약 30분
  2. 자전거: 약 10분
  3. 대중교통 (버스): 약 20분
  4. 자동차: 약 8분 (이건 자동차 유지비를 생각해보면 경제적 이득이 없을듯)
  5. 도보 + 셔틀버스 (판교역까지 걸어가서 셔틀버스 타기):

하지만 이건 지도상의 거리를 토대로 산출한 값이니, 우리집 문에서 사무실 내 자리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여기에 5분 정도를 추가해야 적당하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시간상 이득이 없으니 두번째 시나리오부터 비교해보자.

보증금에 대한 기회 비용

예금 이자 연간 3.2%, 단리, 세율 15.4%를 가정했을 때,

  • A: 812,160
  • B: 207,720

월세

  • A: 6,000,000
  • B: 9,600,000

출퇴근 시간

연간 근무일은 (52주) * (주 5일 출근) - (연간 15일 휴가) - (주말을 제외한 연간 공휴일 약 25일) = 220일 이라고 가정한다.

  • A: 30/60 * 2 * 220 = 220
  • B: (10+5)/60 * 2 * 220 = 110

손익 계산

연간 110시간을 아끼기 위해 2,995,560원을 추가로 지불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시간당 27,200원 정도의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시나리오를 이런식으로 일일히 계산하기 귀찮으므로 코드를 작성했다. 코드는 Gist에 올려놓았다.

시나리오 3 (대중교통)

참고로 여기 나오는 금액은 천원 단위이다.

>>> make_assessment(Terms(30000, 500, 150, 30, 0), Terms(10000, 800, 150, 25, .9))
You are spending 3454.56 to save 36.67 hours annually.
Unless you are making 94.22 per hour, don't move.

이번에는 시간당 94,220원을 벌어들이지 않는 이상 이사 가지 말란다. 이정도 수입을 올리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시나리오 5 (도보 + 셔틀버스)

회사 셔틀버스는 두가지 노선이 있다. 판교역 노선과 서현역 노선. 신축 오피스텔에서 판교역 셔틀버스 정차 지점까지 거리가 약 900m 정도니까 좀 빨리 걸어서 10분이 걸린다고 가정하자. 셔틀버스를 타면 5분 정도면 회사 앞에 도착한다. 그럼 셔틀버스 대기 시간 및 회사에서 도보 이동 시간을 모두 합쳐 총 소요시간이 20분 정도 소요 된다고 가정하도록 한다.

>>> make_assessment(Terms(30000, 500, 150, 30, 0), Terms(10000, 800, 150, 20, 0))
You are spending 3058.56 to save 73.33 hours annually.
Unless you are making 41.71 per hour, don't move.

아까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긴 하지만 시간당 41,700원을 벌어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하다.

시나리오 6

그럼 이사를 가지 않고 셔틀버스 대신 택시를 이용하면 어떨까.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회사까지 택시 요금이 4,200원 정도 나오고 시간은 10분 정도 걸린다.

>>> make_assessment(Terms(30000, 500, 150, 30, 0), Terms(30000, 500, 150, 15, 4.2))
You are spending 1848.0 to save 110.0 hours annually.
Unless you are making 16.8 per hour, don't move.

이사 가는것보다 지금 사는 집에서 택시 타고 출퇴근 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 사는 집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개별 냉방이 아니라 중앙집중식인데, 냉방 성능이 약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여름철에 자정이 넘어가면 관리사무소에서 에어컨을 꺼버린다(!) 따라서 에어컨 없이 밤을 보내야 하는 나의 고통을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