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대출 이자가 저렴하지만 문턱이 매우 높다. 은행에서 대출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대출금 상환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으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이곳은 대출 이자가 매우 비싸다. 왜 한국에는 대출 금리의 중간 지대가 없을까?

몇년 전에 친구와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 했던 내용이다.

누군가는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에서 멈추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중간 지대’를 메꾸어주는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어니스트펀드였다.

어니스트펀드

어니스트펀드는 P2P 신용 대출 중개 서비스이다.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니스트펀드를 통해 대출 신청을 하면 어니스트펀드의 대출 심사 절차를 통해 대출 금리와 한도를 산정하고 대출이 실행된다. P2P 대출 서비스마다 고유한 신용 평가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 이 신용 평가 모델이 얼마나 정확하게 부도 확률을 예측해서 적절한 금리와 한도를 산정해주는지가 곧 경쟁력이다.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면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대출을 해주게 되어 수익을 극대화 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다고 너무 느슨하게 한다면 부도 채권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어떤 업체들은 더욱 정교한 신용 평가를 위해 대출 신청 사실을 대출자의 배우자가 알고 있는지 묻기도 하고1, 트위터와 같이 모두에게 공개된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대출금은 어니스트펀드가 직접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투자자들이 조금씩 출자하여 마련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어니스트펀드는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과 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서비스이다.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회사와 같은 제2금융권이나 사채 이자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은행 금리보다 월등하게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어니스트펀드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아마도 투자자 혹은 대출자 중 하나일 것이다. 어니스트펀드 설립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투자를 했던 투자자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다각도로 리뷰하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포트폴리오 투자

어니스트펀드가 다른 P2P 대출 서비스와 차별화 되는 점을 하나 꼽자면 바로 ‘포트폴리오 투자 상품’이다. 개별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 묶음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보통 50개에서 100개 정도 되는 채권들을 묶어서 매달 일정 금액의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18개월짜리 채권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서, 이번달 초에 열린 포트폴리오 14호는 채권을 101개 묶어서 연평균수익률 11.13%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일반적인 채권은 만기 때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받게 되지만, 어니스트 포트폴리오 채권은 그것과는 달리 매달 원금과 이자를 조금씩 받는 구조이다.

처음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연평균 11.13%라는 말을 들으면 천만원을 투자했을 때 18개월 후 약 1,170만원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는데 (10,000,000 * 1.1113 * 18/12 = 11,695,000), 여기서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은 ‘매달 일정 금액을 돌려받는다’는 사실이다. 첫 달에는 투자금 전체에 대한 한달치 이자와 원금 일부를 돌려받는다. 그 다음달에는 원금에서 첫 달에 상환된 원금 일부를 제외한 금액에 대한 한달치 이자와 원금 일부를 돌려받는다.

그렇게 해서 위의 그래프와 같은 모양으로 18개월에 걸쳐서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가 상환되는 구조이다. 전통적인 채권이나 부동산 담보 P2P 채권과는 다르게 P2P 신용 대출 채권은 일반적으로 매달 일정한 원리금을 상환하는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이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채권의 상환 방식을 살펴보면 원금일시상환, 원금균등상환, 원리금균등상환 중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상환 기간이 제각각인 P2P 채권들을 여러개 묶다 보니 다소 독특한 모양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분산 투자

이렇게 여러개의 채권을 묶어서 자동으로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대출자는 대부분 개인이거나 소규모 자영업자인데, 주식 시장에 상장된 회사와는 다르게 대출자의 재무 상황에 대해서 상세히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개별 채권의 연체, 부도 확률을 가늠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이상 월급을 쪼개서 여러개의 채권에 분산 투자 하는 경우 각 개별 채권에 투자하는 금액이 소액이기 때문에 개별 채권의 위험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채권을 잘 고르는 것 보다는 충분히 많은 숫자의 채권을 골고루 매입하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또한, 최소 10만원부터 최대 1억까지 만원 단위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을 매우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다. 물론 8퍼센트와 같은 다른 P2P 대출 서비스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분산 투자가 가능하지만, 개별 채권에 직접 투자 하는 방식이라 채권별 상환일과 만기일이 제각각이고, 투자 금액의 최소 단위(granularity) 또한 업체에 따라서 5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소액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분산 투자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니스트펀드에서 처럼 적은 금액으로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어니스트펀드를 비롯하여 P2P 채권에 투자된 원금은 은행 예금과는 달리 예금자보호법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 결과의 변동성(variance)을 줄이기 위해서 반드시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 한 사람에게 큰 금액을 빌려주었을 경우엔 그 사람이 돈을 갚지 않을 경우 빌려준 돈을 전부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적은 금액을 빌려주었을 경우 모든 사람이 돈을 갚지 않을 확률은 한 사람이 돈을 갚지 않을 확률보다 훨씬 낮고, 몇몇 사람이 돈을 갚지 않아서 발생한 손실분을 다른 사람들이 지불한 이자로 메울 수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여러개의 상품에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투자의 대상이 되는 기초 자산들간의 상관관계가 낮아야 한다. 상관관계가 높다면 분산 투자를 하는 의미가 희석된다. 예를 들어서, 전국 각지의 신축 주택 담보 P2P 대출 채권에 투자했는데, 기준 금리 인상이나 주택 과잉 공급, 인구 감소 등 외부 요인에 의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면 투자한 모든 기초 자산의 가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면, 개인 신용 대출의 경우 각 대출자들간의 경제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관관계가 낮다고 볼 수 있다. 어니스트펀드를 통해서 돈을 빌려간 사람들 중에는 평범한 회사원, 공무원 뿐만 아니라 빵집 사장님도 있을 수 있고, 스시집 주방장도 있을 수 있고, 잘 나가는 연예인의 스타일리스트가 있을 수도 있다. 직업과 수입원, 연령과 지역, 가족 구성, 주거 형태도 다양하다. 따라서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그 사건이 모든 기초 자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예를 들어서, 조류 독감이 발생해서 전국 치킨집의 경영 상황이 악화된다면 치킨집 사장님들은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구청에서 일하는 사무직 공무원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대출금을 차곡차곡 갚아 나갈 수 있다.

어니스트펀드 포트폴리오 투자 상품은 분명 여러가지 장점을 지닌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한 달에 단 한 번의 투자 기회가 있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참여자가 많아지고 있어서 모집 금액이 다 채워질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포트폴리오 상품 1호가 막 나왔을 때에는 모집 금액이 6억원으로 14호의 모집 금액 15억원과 비교하여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모집 금액을 채울 때 까지 며칠이 걸렸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과 몇시간만에 15억원을 채울 정도이다. 좋은 투자 기회를 잡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꾸준히 투자해놓으면 매달 제 2의 월급을 받는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연체 채권 관리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사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니스트펀드에서 아무리 정교한 신용 평가 모델을 만들어서 열심히 대출 심사를 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연체나 부도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어니스트펀드 포트폴리오 1호부터 투자를 시작하여 현재 15호까지 총 1,196건의 채권에 투자를 했고 이 중 52건의 연체가 발생하였다. 그 중 연체일이 90일이 넘어 ‘채무 불이행’으로 분류된 것은 19건이고, 개인회생절차로 인해 매각된 채권이 11건이다.2

연체가 발생했다고 해도 중간에 회수가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위의 수치만 가지고 연체율을 고려한 실질 수익률을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 정확한 실질 수익률은 만기가 되어봐야 알 수 있다. 포트폴리오 1호 채권의 세전 연평균 수익률은 10%였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채권들 중 일부에서 손실이 발생하여 실제 세전 수익률은 8%에 약간 못 미쳤다.

아래와 같이 연체가 발생한 채권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각 연체건별로 자세한 상황을 안내해준다.

물론 가장 좋은 케이스는 연체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겠지만,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이렇게 일 처리 과정과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채권 거래와 현금화

P2P 투자가 주식, 채권, 펀드 등 전통적인 투자 수단과 비교하여 가지는 단점이 있다면 환매가 어렵다는 점이다. 주식이나 펀드는 내가 원하는 시점에 현금화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P2P 채권은 그렇지 못하다. 사실 이 부분은 어니스트펀드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P2P 채권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환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중에 갑자기 현금이 필요할 때 문제가 되지 않도록 ‘진짜 여유 자금’만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 만약 환매가 조금 더 자유로웠다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채권 환매 얘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2015년 말에 ‘8퍼센트’에서 공개한 ‘서울채권거래소‘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을 투자자들끼리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아직 비슷한 시도를 하는 서비스를 보지 못했다.

만약 P2P 채권거래소가 단일 업체가 개발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성격의 서비스라면 P2P 금융 업체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채권거래소 서비스를 만들어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권의 환매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고, 궁극적으로는 P2P 금융 시장을 더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법적, 제도적 보호 장치

P2P 투자가 전통적인 투자 수단과 비교하여 가지는 약점이 하나 더 있다. P2P 대출 업체가 파산하거나, 보안 사고가 생겨서 고객의 자금을 탈취당하는 등 극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투자금을 보호해줄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은행이 파산하는 경우에도 해당 은행이 가지고 있던 채권은 파산법원의 감독 하에 다른 금융 기관이 매입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자금을 대부분 보전할 수 있다.3 한국의 경우엔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놓은 신뢰성 있는 문서를 찾지 못했지만, 은행업 자체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예로, 증권사가 파산하는 경우에도 투자자들의 주식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안전하게 보관되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은 있더라도 주식 자체가 증발하지는 않는다.

만약 어니스트펀드가 파산한다면 내가 투자했던 돈은 어떻게 될까? 아쉽게도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어니스트펀드 뿐만 아니라 다른 P2P 대출 업체도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P2P 대출 업체들이 힘을 모아서 관련 법령을 제정하도록 입법기관을 설득하거나, 한국예탁결제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여진다.

마무리

어니스트펀드의 본질은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과 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P2P 금융 서비스이다. 상환 능력과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합리적인 대출 금리를 제공하고,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에게는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니스트펀드는 단순히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해주는 것을 넘어 ‘포트폴리오 투자’라는 편리하고 강력한 투자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한국 P2P 금융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

조금 전에 P2P 투자의 단점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어감으로 이야기 하긴 했지만, P2P 투자가 매력적인 투자처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와 같은 투자자들이 P2P 채권 투자에 동반되는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고 투자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높은 수익률에는 필연적으로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점, 그리고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정한 수준의 분산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부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1. 안 재만. [신용평가의 진화] 빅데이터의 묘기 “대출받는 걸 와이프가 알고 있나요?”. 조선비즈, 10 June 2015. 

  2. 장기연체 개인회생채권에 대한 어니스트펀드의 설명: 120일 이상 장기연체 개인회생채권은 당사정책에 의해 미상환원금의 50%의 가액으로 채권을 매각하며, 이에 따라 본 채권은 미상환원금의 50%의 가액으로 매각되었음. 매각대금은 4월 포트폴리오 상환일에 같이 지급될 예정. 

  3. “Consumer Information.” If Your Mortgage Lender or Servicer Is Closing or in Bankruptcy, Federal Trade Comission, Dec.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