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렸던 글이다.

오늘은 중요한 시험이 있는 날이다. 시험 시간이 세시인데, 밀린 일을 좀 처리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시험 시작 십분 전이었다. “아, 오늘은 학교에 걸어가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안 되겠네. 차 타고 가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폰을 꺼내 달력을 봤더니 시험 시간만 표시 되어있고, 장소는 기록되어있지 않았다. 이 멍청이 같은 아이폰이 동기화를 제대로 못한건가, 아니면 내가 까먹고 기록해놓지 않은건가. 혹시 몰라서 웹 브라우저를 열어 구글 캘린더에 들어가서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장소는 기록되어있지 않았다. 분명히 평소에 쓰던 강의실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시험을 보게 돼서 따로 적어놨었는데. 아, 맞다! 종이에 적어놨었지. 장소를 적어놓은 종이를 분명히 파란색 폴더에 넣어놨었는데, 그 파란색 폴더가 아무래도 행적을 감춘것 같았다. 꼭 시간 없을때 이런다니깐. 책상 위에 있는 종이 뭉치 중간쯤에 숨어있는걸 찾아내는데 오분쯤 지난것 같다. 평소에 정리좀 하고 살걸. 어쨌든 지각 확정이다. 시험 장소를 적어놓은 종이를 찾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215, 433 처럼 강의실 방 번호같은 숫자들만 잔뜩 써있을 뿐, 어느 건물인지는 써있지 않았었다. 메인 캠퍼스에 건물 개수만 180개인데 일일히 찾아다닐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으아 돌아버리겠네. 우왕좌왕 하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세시 정각.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놈들한테 문자를 보내봤지만, 답장이 올 리 없다. 급한 마음에 교수님한테도 이메일을 보냈는데 마냥 답장만 기다릴 수가 없어서 다른 방법도 모색해보려고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운 좋게 답장이 오거나 직접 찾아다니는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을것 같았다. 구글에 검색한다고 나올만한 것도 아니고. 형편없는 정보력을 가진 구글(!?)을 탓하면서 일단 집 밖으로 나섰다. 컴퓨터과학과의 본부격인 Gould-Simpson부터 시작해서 Modern Language, Psycology, Chavez, Social Sciences 등 CS수업을 할만한 건물들을 헤집고 다녔다. 아직 찾아보려고 했던 건물들의 반도 못 찾아봤는데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 어느새 세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이거 전체 성적 20%짜리 시험인데… 이거 빵점 받으면 다른거 아무리 잘 해도 B도 못 건지는데… (다른거 전부 100점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건 비현실적이니까) C 받으면 다시 들어야 하는데… (대학원은 C부터가 사실상 failing grade이다) 한 학기 더 다녀야 되는건가? 비자 연장도 해야 되는데. 우리 보스한테는 뭐라고 얘기하지? 온갖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 입에서는 이제 육두문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영어로도 나오고 한국어로도 나온다. 하지만 난 잠시 후에 내가 했던 고민과 번뇌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릴만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걸.

그 날 저녁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러 베트남 쌀국수 집에 갔었는데, 식사를 다 하고 열어본 포츈 쿠기(fortune cookie)에서 이런게 나와서 모두를 배꼽 잡고 쓰러지게 만들었다.

[caption id=”attachment_1806” align=”aligncenter” width=”480”]꿈★은 이루어진다 꿈★은 이루어진다[/caption]